인도에서는 왜 검은 점을 얼굴에 찍을까?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아기부터 어른까지 얼굴이나 이마, 뺨, 심지어 턱 근처에 작은 ‘검은 점’을 찍고 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의 시선으로는 미용이나 패션의 일종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검은 점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이 점에는 오랜 세월 인도 전통 문화와 깊이 연결된 악귀를 물리치는 미신이 숨어 있습니다.

 

악귀와 미신, 그리고 검은 점의 의미

인도는 수천 년 동안 다양한 신앙과 미신이 공존해온 나라입니다. 특히 아이를 둘러싼 미신은 매우 강하게 작용하는데, 이는 그만큼 아이의 생명과 건강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인도에서는 악귀(Evil Eye, Drishti)가 사람, 특히 아름다운 아이나 신체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믿음은 힌두교뿐 아니라 이슬람, 시크교 등 다양한 종교에 걸쳐 존재하며, 심지어 지역과 민족을 초월해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검은 점은 이러한 악귀의 시선을 혼란시키고, 그 사람에게 깃들려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보호 장치입니다. 아이가 너무 예쁘면, 그 아름다움을 시샘한 악귀가 아이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부러 눈에 띄는 검은 점을 얼굴에 찍어 ‘흠집’을 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악귀의 관심을 피하는 것이죠.

 

검은 점의 위치와 형태

검은 점은 일반적으로 눈 주변, 이마 한가운데, 뺨이나 턱 근처에 찍히며, 때로는 목 뒤나 발바닥에도 표시됩니다. 점의 재료는 검은 콜(Kajal) 또는 숯과 기름을 섞은 전통적인 화장 재료를 사용하며, 일시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점의 크기나 형태는 지역과 가족의 전통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공통적인 목표는 하나입니다. '악귀의 시선을 피하라'는 메시지입니다.

 

인도 전통 문화와 검은 점

검은 점은 단순한 미신을 넘어서, 인도의 전통 문화와 일상 속 신앙을 대변합니다. 인도인들은 이러한 풍습을 통해 세대 간 연결을 유지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해왔습니다. 특히 결혼식이나 아이의 첫 생일처럼 중요한 행사에서는 검은 점 외에도 다양한 보호 의식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단지 옛날의 전통이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많은 인도 가정에서 실천되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입니다.

 

인도인의 신앙과 현대의 조화

도시화와 현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인도에서도, 검은 점을 찍는 풍습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종교적 행위라기보다는, 일종의 문화적 정체성 표현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아이에 대한 사랑과 보호 본능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관습이기도 합니다.

 

특히 부모 세대는 여전히 이러한 습관을 중요하게 여기며, 일부 젊은 세대들도 이를 현대적 미용 요소나 패션과 결합해 색다른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검은 점을 좀 더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꾸거나, 일시적인 타투 스티커 형태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인도의 독특한 생활 습관과 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