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는 왜 고양이가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을까?

고양이는 오늘날에도 신비로운 분위기와 독립적인 성격으로 사랑받는 동물입니다. 하지만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고양이는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고양이를 신성한 존재이자 신의 화신, 심지어 가정의 수호신으로 숭배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집트 고양이 신앙의 뿌리와 그 상징적 의미를 파헤치며, 바스테트 신, 고대 이집트 종교, 이집트 미신, 그리고 고대 문명 생활 속 고양이의 역할을 깊이 있게 조명해보겠습니다.

 

바스테트 신: 고양이 머리를 한 여신

고대 이집트에서 고양이가 신성한 존재로 여겨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바스테트(Bastet)’라는 여신의 존재입니다. 바스테트는 본래 사자의 머리를 한 전쟁과 태양의 여신으로 숭배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온화하고 가정적인 고양이 형상의 여신으로 변화합니다.

• 바스테트는 가정, 여성, 출산, 음악, 기쁨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고양이의 행동과 연결된 여성성과 보호 본능이 그녀의 상징성과 일치했습니다.
• 그녀의 형상은 일반적으로 여성의 몸에 고양이 머리를 한 모습, 혹은 완전히 고양이로 표현되며, 가슴에 십자가와 비슷한 앙크(Ankh, 생명의 상징)를 들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바스테트 신앙은 특히 기원전 1000년경 이후부터 대중화되며, 이집트 전역에 바스테트 신전과 고양이 조각상, 미라가 급증합니다.

 

고양이, 집과 가정을 지키는 신의 동물

이집트 문명에서 고양이는 단순히 종교적 상징을 넘어서, 실질적인 생활 수호자였습니다. 이는 당시 이집트의 농경 중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 쥐, 뱀, 해충 퇴치: 고양이는 창고의 곡물과 식량을 보호하기 위한 최고의 동물이었습니다.
• 파괴자와 수호자의 이중성: 고양이는 부드럽고 조용하지만 동시에 사냥 능력이 뛰어나 악한 영이나 저주의 침입을 막는 수호자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러한 역할은 고양이를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가정의 수호령, 더 나아가 인간과 신을 연결하는 영적 중재자로 격상시키는 문화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고양이의 죽음은 곧 가족의 슬픔

고대 이집트에서 고양이를 죽이는 것은 최고 형벌에 해당했습니다. 심지어 실수로 고양이를 죽였을 때도 사형에 처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고양이는 인간 이상의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고양이가 죽었을 때는 가족 모두가 눈썹을 밀고, 애도의 기간을 가지며 슬픔을 표현했습니다. 이는 고양이를 단순한 동물로 보지 않고 가족이자 신의 화신으로 받아들였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고양이는 미라로 만들어졌으며, 무덤에 함께 매장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사카라(Saqqara) 지역에서는 수천 구의 고양이 미라가 발견된 바 있습니다.

 

고양이를 위한 도시, 부바스티스

이집트에는 바스테트 여신을 모시는 부바스티스(Bubastis)라는 도시가 존재했습니다. 이곳은 고양이 신앙의 중심지로, 매년 수많은 순례자들이 모여 고양이 축제와 바스테트 제례를 지냈습니다.

기원전 5세기경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곳의 축제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바스테트를 기리는 날에는 나일강을 따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음악과 춤, 포도주와 함께 도시를 가득 채운다. 축제가 시작되면 고양이 형상을 본뜬 장신구와 부적이 거리마다 쏟아진다."

 

이러한 기록은 고양이 숭배가 단지 신앙이 아닌 하나의 사회적 축제이자 문화적 중심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이집트 미신과 고대 문명 생활 속 고양이

이집트인들은 고양이에게 초자연적 능력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대표적인 미신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고양이가 주위를 응시하거나 허공을 향해 울면, 악령이 근처에 있다는 신호
• 검은 고양이는 행운의 상징으로, 지금과는 정반대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 고양이가 임신한 여성의 몸 위에 올라앉으면 태아를 지켜주는 존재로 여김

이러한 미신은 고양이의 행동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데서 비롯되었으며, 고양이와 인간이 서로의 감정을 교류하는 동반자로 여겨졌음을 시사합니다.

 

결론: 고양이는 왜 신의 자리에 올랐을까?

이집트 고양이 신앙은 단순한 우연이나 미신의 산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고대 이집트 문명이 자연, 인간, 신 사이의 관계를 얼마나 깊이 통찰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결정체입니다.

 

바스테트 신, 고양이 미라, 부바스티스의 축제, 그리고 수천 년을 이어온 이집트 미신은 모두 고양이를 단순한 동물이 아닌,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상징적 존재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고양이는 그 침묵 속에, 고대 문명의 기억과 인간의 신앙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듯합니다.